셀프 인테리어 후기 : 페인팅

전쟁 같았던 셀프 인테리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예산이 빠듯하여 턴키(토탈) 인테리어는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이럴 땐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그렇게 셀프 인테리어 지옥으로 떨어집니다.

계약한 집은 다행히도 세입자가 없었고 주인이 먼저 이사 간 상태인 빈 집이라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남짓 된 집의 상태는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었어요. 그러나 몰딩 색이 총체적 난국입니다.

한 가지 색으로 된 게 아니라 연보라, 베이지 우드, 화이트 우드 3가지 계열로 온 집안이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천장과 바닥 몰딩은 색과 재질이 각각 따로따로 배치되어 있는 환장할 구조입니다.

비포

비포 사진 보여드릴게요.

 

천장과 바닥 몰딩

모든 방마다 천장 몰딩은 연보라색에 세로로 주름진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바닥 몰딩은 우드 시트지가 처리된 몰딩이었습니다.

연보라색 몰딩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봤습니다.

 

갑자기 이 전에 살던 집의 체리색 몰딩이 감각적으로 느껴졌어요. 잘만 이용하면 내추럴 스타일로 배치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이 칙칙한 연보라색 몰딩은 도저히 이용가치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모든 몰딩과 아트월을 페인트 칠하기로 결정했어요!

 

 

거실 아트월과 몰딩

처음 이 집을 봤을 때에는 스트라이프 아트월만 간단하게 페인팅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몰랐습니다.

연보라색 몰딩의 존재를...

또한 도장 작업이 그냥 페인트만 칠하는 게 아니란 것도 몰랐습니다.

 

 

황금색 문

제일 황당한 부분은 모든 방문에 앞뒤로 황금색 벽지가 붙어있었어요.

왜 문에다 벽지를 붙여놓았을까요.

거기다 저희 집 방문은 벽지가 떨어져서 너덜거렸지요.

 

연보라색 몰딩과 황금색 문의 콜라보...

코리아 사이버 펑크스타일이라고 불러주고 싶네요.

(이건 제가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서 부동산에서 올린 사진으로 대신했어요.)

 

 

주방

그리고 주방 타일의 존재감이 저렇게 큰지도 몰랐습니다.

엄마는 때가 타도 티가 안 나겠다며 괜찮아하셨지만, 이왕 작업 시작한 거 타일도 손보기로 했지요.

그리고 전 후회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초보자에겐 너무 막막했어요.

구글링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니 유튜브에 도장 작업 영상이 많이 있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 첫 번째 작업 : 청소!

페인트는 단순히 붓질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페인팅할 곳의 표면이 먼지 없이 깨끗해야지만 페인트가 갈라짐이나 들뜸 없이 오래 부착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포질을 해야지 페인트 부착력이 높아집니다.

 

보통 몰딩이나 문짝은 청소들을 안 하고 살죠...

이번 기회에 문짝 맨 윗면에 양탄자 같이 쌓인 먼지를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문을 닫고 열 때 그 먼지가 다 어디로 갈까요?

바로 집안을 돌고 돌아 사람한테로 갈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물티슈로 쓸어주면 건강에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몰딩과 문틀에 붙어있던 10년 전의 도배풀 자국도 다 닦아내야 했어요.

오래된 도배풀은 습기가 다 날아간 하얗게 마른 상태라 사포질을 하니 바로 벗겨졌어요.

 

 

✔️ 도배풀 제거법

시공한 지 얼마 안 된 도배풀은 걸레에 물을 충분히 묻힌 후에 물로 불려서 닦는 수밖에 없어요.
바로바로 닦아야 잘 제거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딱딱하게 굳어버려서 물로 지우기가 힘들다고 해요.
이건 도배사가 알려준 도배풀 제거법이랍니다.

 

 

✔️ 몰딩에 붙어 있는 도배지 제거하기

 

몰딩에 붙은 도배지 떼어내기

몰딩 윗면과 아래면에는 도배지가 붙어있는데요.

이 이음새를 모두 칼로 떼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페인트를 칠하면 도배를 새로 싹 하고 나서도 제대로 칠해지지 않은 몰딩 부분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더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마무리를 위해서는 꼭 해야 되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스텐 헤라로 표면에 붙어있는 모든 이물질을 긁어냈습니다.

 

황금 문에 붙어있는 모든 황금을 떼어내고, 타카로 박혀 있던 장식용 문선몰딩도 없애버렸습니다.

깔끔하고 편하게 칠하기 위해 문 손잡이도 떼어냈어요.

 

이 정도는 청소가 아니라 사실상 거의 철거 수준인 것 같아요.

 

 

2. 두 번째 작업 : 보양

벽지는 새로 도배를 하기 때문에 페인트가 묻어도 상관없지만 바닥은 장판을 새로 할 수 없었기에 커버링 테이프로 꼼꼼하게 보양작업을 했습니다.

커버링 테이프는 제일 큰 사이즈가 좋았어요.

 

처음엔 작은 사이즈 커버링 테이프로 몰딩과 방문 위주로 했다가 후회하고 바닥 전체를 보양해야 했어요.

작업 중 페인트가 바닥에 튈 때가 많았는데요.

바닥에 튄 페인트를 발로 밟아서 돌아다니다가 보양 안된 부분에도 페인트가 묻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페인트 작업 도중 보양작업을 해야 했어요.

그냥 처음부터 모든 바닥을 했으면 더 편했을 것을...

고생 좀 했네요.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청소와 보양 작업만 3일이나 걸렸어요.

첫날은 늦게 시작해서 몇 시간 못했고 나머지 2일 동안 저녁까지 했답니다.

 

 

3. 세 번째 작업 : 젯소와 퍼티

젯소를 바르면 은폐력이 높아져서 페인트 발색력이 좋아져 페인트 낭비도 덜하고 부착력도 높아진답니다.

특히 화이트 계열에는 젯소가 발색력을 높여주니 젯소 작업은 꼭 필요해요.

젯소는 대충 바르면 되는데요 한 번씩 쓱 지나가면 됩니다. 예쁘게 바를 필요가 없어요.

 

 

 

젯소 작업 중

생각보다 작업량이 많아서 이때부터 패닉 상태였어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는 왜 사서 고생인가? 같은 존재론에 대한 고민과 함께 화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때 굉장히 더운 7월 중복날이어서 신체적으로 힘드니까 정신적으로도 지치니 옆 사람에게 분풀이를 좀 했어요.

(엄마 죄송해요!)

경험자가 충고할게요! 제발 돈으로 기술자에게 맡기세요!

젯소 작업 중

젯소를 칠하고 나면 잘 안보였던 못 자국, 벌어진 틈, 타카 자국 등등 보기 싫은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와요.

이걸 모두 퍼티로 메꿔준 후에 사포로 매끈하게 만들어줬어요.

화이트 계열 페인트는 작업 면적이 깨끗하지 않으면 유난히 티가 많이 나거든요.

공장식으로 작업한 아파트나 빌라에서 우드 계열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고 손이 더 많이 가는 화이트는 결과물이 좋으려면 공정이 오래 걸리니까요.

 

 

 

🪣 재료비 = 총 81,000원

• 젯소 2병
• 홈스타 파스텔 OK 반광 4리터
• 롤러
• 커버링 테이프

 

페인트는 삼화페인트에서 던에드워드 DEW383으로 조색했어요.

그냥 모르고 갔는데 조색 가능한 대리점이더라고요.

대리점에 마침 던에드워드 컬러칩이 있어서 색상 확인하고 조색한 컬러로 가져왔습니다.

페인트는 한 번 조색하면 반품 불가예요. 그러니 컬러칩으로 꼭 색상을 확인하고 조색해야 합니다.

 

 

홈스타 파스텔 OK 반광 4리터 DEW383

화이트 몰딩은 순수 화이트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화이트는 초보자가 제일 칠하기 어려운 색이래요.

조색한 화이트 계열이 커버력이 좋아 색감 올라가는 것도 빠르고 나중에 결과물도 순수 화이트보다 훨씬 나아요.

화이트 계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쿨톤인지 웜톤인지에 따라 나뉘어요.

제가 선택한 DEW383은 쿨톤 계열입니다.

 

 

4. 네 번째 작업: 페인팅

작업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 드디어 페인트를 만져볼 수 있었어요! 페인트를 칠하기 위한 여정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페인트는 붓 자국이 남지 않게 얇게 여러번 칠하는 게 관건이에요.

몰딩은 붓이나 스폰지 붓으로 작업했고요.

붓에 힘 조절이 어려워서 붓 자국이 계속 남는다면 스폰지 붓으로 하는 게 훨씬 쉬워요.

대신 눈물 자국이 안 남게 정리를 해가며 도장을 하면 됩니다.

작업 중간에 샌딩작업을 하면 밀착력이 높아지는데요.

1차 페인트가 바짝 마른 후에 사포질을 하고 2차 페인트 칠을 하는 식으로 해야 돼요.

그러나 시간이 없었기에 중간 사포질은 생략했어요.

문은 면적이 넓기 때문에 롤러로 했는데요. 롤러 작업은 정말 재밌었어요.

 

 

5일 만의 페인팅이라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고 또 도배하기로 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달렸습니다.

 

이 집의 몰딩에는 자잘한 문양이 많아서 작업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 천장 몰딩에는 자잘한 주름이 있어서 붓으로 일일이 주름진 부분을 메꾸면서 칠해야 했기에 속도도 느렸고,

계속 고개를 쳐들고 있어야 해서 목 디스크 오는 줄 알았어요.

방문 총 5개와 집안 몰딩을 모두 칠하니 4리터짜리 페인트가 동났어요.

급하게 추가로 페인트를 사 와서 계속 작업을 했어요.

 

🪣 추가 재료비 = 총 34,420원

• 홈스타 파스텔 OK 반광 1리터: 15,620원
• 프리미엄 팬톤 타일 페인트 유광 0.75리터: 18,800원

 

가까운 곳에 페인트 가게가 있어서 안심했어요. 모자를 때마다 달려가서 사 오면 되니까요.

인터넷으로 페인트를 주문하면 조금은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이렇게 급할 때 바로바로 살 수가 없으니까 페인트는 페인트 가게에 가서 직접 사는 게 좋아요. 눈으로 직접 보고 조색도 할 수 있고요.

 

주방의 알록달록한 타일은 타일 페인트로 칠해버렸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타일 전용 페인트가 있더라고요!

제가 가던 페인트 가게에서는 내부용 타일페인트 취급을 안 해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노루페인트에서 나온 팬톤 타일 페인트는 젯소 작업이 필요치 않고 바로 바르면 되는데요. 경화제와 주제로 나뉘어 있어요.

일반 페인트와 다르게 타일 페인트는 경화제와 주제를 1 : 2 비율로 섞어서 사용해야 해요.

섞는 순간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3시간 안에 얼른 칠해주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작은 컵으로 소분해서 사용했어요.

 

 

애프터

애프터 사진 보여드릴게요.

 

주방에 사용한 타일용 페인트

타일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에 비해서 굉장히 묽기 때문에 다루기가 좀 어려웠어요.

작은 붓으로 상부장과 하부장 경계선 부분을 먼저 세심하게 발라준 다음에 넓은 부분은 롤러로 칠해줬어요.

이렇게 4번 정도 얇게 반복해서 칠하니까 알록달록한 타일이 가려지고 심플한 그레이 계열인 오이스터 머쉬룸 컬러의 타일이 완성되었어요.

예전보다 환해졌지요?

몰딩과 문 컬러에 맞춰서 타일도 화이트로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주방은 아무래도 기름때가 누렇게 잘 묻기 때문에 화이트는 자신 없다는 말에 그레이로 결정해야 했어요.

이렇게 보니 그레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단, 하부장이 같은 그레이 계열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 추가 재료비 = 총 22,550원

• 바니쉬
• 아크릴실란트

 

욕실 문은 아무래도 물이 많이 튀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니 습기에 취약해요. 그러다 보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고, 애써서 칠한 페인트가 쉽게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바니쉬를 바르기로 했어요. 바니쉬는 투명해서 안 보이고 잘 뭉치는 특성 때문에 작업하기가 어려웠어요.

 

아크릴 실란트는 아트월 틈을 메꿔주기 위해 구입했어요. 수성 실리콘이라고도 하는데요.

이 실리콘은 페인트를 바를 수 있어서 퍼티 말고도 틈 메꿀 때 많이 사용해요.

 

 

완성된 아트월

아트월 페인팅은 엄마가 혼자서 작업하셨는데 정말 잘하셨지요.

아트월에도 주름과 문양이 많아서 꽤 고생하셨어요.

스트라이프가 사라지니 전체적으로 더 깔끔해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트월을 안 좋아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세기말에 유행하던 포인트 벽지처럼 어느 집에서나 아트월을 꼭 집어넣더라고요. 무슨 공식처럼 말이에요.

인테리어라고 보면 여러 문양이나 여러 색감을 덕지덕지 추가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같은 관점으로 보는데 그게 아니에요.

인테리어는 정리정돈 분야라고 생각해요.

 

같은 색감과 같은 질감으로 정리하면 훨씬 보기 편하고 세련된 집이 완성돼요.

 

 

🪣 추가 재료비 = 총 28,600원

• 홈스타 파스텔 OK 반광 1리터 2통

 

페인트가 모자라서 계속해서 사 왔어요.

몰딩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문양이나 주름이 많다 보니 페인트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그리고 진한 색으로 된 부분은 은폐가 완벽하지 않아, 계속 색감이 올라와서 애를 먹었네요.

젯소를 두 번 칠했는데 세 번은 칠했어야 했나 봐요!

 

몰딩, 문 모두 3번 이상 칠해줬습니다.

아트월 스트라이프 부분은 4번 페인트를 칠했어요.

 

 

완성된 방

도배까지 완성하고 찍은 사진이에요.

문고리는 새로 사서 달았어요!

도배지는 연그레이 색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알레르기 때문에 합지로 했어요.

합지는 화이트 계열로 하면 금세 누레진다고 해서 그레이 계열을 추천받아 연그레이로 했습니다.

제품명은 엘지 휘앙세 심플 텍스쳐 쿨화이트 입니다.

처음엔 화이트 벽지로 못해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시공된걸 보니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요.

 

몰딩과 아트월은 화이트 계열 페인트로, 벽지는 연그레이로 톤온톤 색감으로 구성되었어요!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더 예뻐졌습니다.

이렇게 색감이 참 중요하답니다.

 

페인트 작업에서는 부자재도 중요한데요.

마스킹 테이프는 동절용(주황색)을 써야 강하게 잘 붙어있어 보양이 잘됩니다.

다이소에는 동절용이 따로 없고 금속용 마스킹 테이프(라임색) 사다 쓰면 됩니다.

동절용은 주로 페인트 가게나 철물점에서 판매합니다.

 

페인트용 붓은 다이소 표 천 원짜리 스폰지 붓을 추천합니다. 초보자가 자국 없이 칠하기 가장 좋았어요!

그리고 천연모 보다 인조모 붓이 털 빠짐이 적고 붓질이 적었어요. 천연모는 털 빠짐이 너무 심했거든요.

작업 마무리하고 모든 붓은 꼭 퐁퐁으로 깨끗하게 세척해서 굳지 않게 잘 관리해주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날 딱딱하게 굳어있는 붓을 만날 거예요.

저도 실수로 붓 하나를 그렇게 망가트렸어요.

 

페인트 외에도 자질구레한 부재료까지 합하면 총 20만 원 들었습니다.

 

전쟁 같았던 셀프 페인팅을 마치고 나니 뿌듯하지만 체력이 다 고갈되었네요. 한동안 힘이 없어서 골골 댔어요.

이 일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해 준 엄마에게 고마워요.